2015.11.01.sun.14:09.

 42세 음력 생일 이브 전 날. 십일월 일일 중천의 기록.

 새벽 두세시 사이에 잠에서 깨다. 다른 날과 같이 꿈 때문에 다소 충격적으로 깼다. 곧 다시 잠들 듯, 맥심 블랙 100ml를 마시고 다섯시 즈음 개콘 "새무료다시보기"시청. 그리고 일어나 아침 토스트라도 구울 듯 아침잠에 들다. 아홉시 정각을 넘기고 일어나니 두분은 식사 마치신 뒤였다. 꼬리곰탕에 밥을 말아 맑은 묵은지와 조식을 마치다.

 도일리원형 무늬로 스웨터를 뜨면서, 처음 떠보는 굵은 아라베스크 무늬에 꾀 빠져드는 듯 한 무늬를 마감하다. 가로뜨기를 오락가락하여 큰 세로를 엮는 의외의 짜임새가 아라베스크를 선명하게 엮다니!!

 날씨가 추위지면서 창문을 좀 체 열지 않은 탓에 딜에 빨간 진득이가 제법 몰려있는 것을 보고 약을 칠까 하다가 한마리씩 잡아내렸다.진득이가 과한 줄기는 끊어내었다. 진득이를 잡아내는 동안 후레쉬 딜의 향이 유달리 강하게 느껴졌다. 훈제연어에 붙어 나던 그 특유의 향과는 다른 딜 본연의 향을 절대 알지 못하고 퀴네요거트소스의 허브향을 알아내려고 십년이 넘게 걸렸다면 좀 우습지. 잘못된 화살의 명단은 순서대로 타임,  타라곤, 펜넬잎, 그리고 또 몇가지 허브들. 김치를 주식으로 하는 나로선 어쩌다 한번 슬쩍슬쩍 스치듯이 획인해볼 수 밖에 없던 "잘 모르는 사항"이었다. 허브종류는 명시가 되어있지 않은 퀴네소스를 다시 사보면 될 일이지만,  사실 이 궁금증에 더 관심이 커진 이유는 2004년쯤 마트에서 무심코 사온 그 놈의 소스에서 다시는 열에 쩔은 마요네즈의 불쾌한 맛 밖에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전의 반 이상을 빨간 진드기를 잡아내며 그것은 후레쉬 딜 향이라고 수십번 느껴야했다. 타라곤을 함께 섞으면 퀴네소스의 특유한 향을 완성할 것 같다는 생각까지 하며 진득이 잡이를 끝냈을 때 열두시 반을 넘긴 것을 알게 되었다.  마당에서 모친이 부르신 후에야 중천을 지났음을 알게 되었다. 스물에서 서른 얹저리까지의 모진 병, 중천(모친의 표현으로는 해가 똥궁뎅이에 걸리도록 개념안서는)을 간과하고야 조식을 대하는 죽음에 이르는 병이 도질 듯이 위기가 엄습하는 공포였다. 그리하여 오늘도 중식은 형빈관 짬뽕. 

 미용실 스케쥴 때문에 바쁘다고 배달을 부른 모친이 미용실에 전화하여 하시는 말씀,  "마지막준 줄 알았더니 첫 주일이구나" 

 점심상 무르고 딜과 진득이를 가려 씻은 잎을 일단 우유에 재어두고 살그머니 더듬어 보았다. 하루키의 TV피플을 읽으며 뜨악했던 시기가 2004~5년? 김연수의 굳빠이이상 3챕터에 이르러 난독이라고 핑계대고 소설로 부터 완전히 멀어진 것이 2005? 나,  지금 어느 소설을 읽다가 접고 있지?

 연예인이 사망하는 확률이 높다는 십일월. 

음력 생일이 열살주기로 11월5일에 걸리던 기록이 과거까지 바꿔지던,

그 음력 생일 전 전날 이미 오후, TV 속이 까매져서 셋톱 전원 리셋한 

이 스토리,  어느 주인공의  읽던 중 접히는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