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니타스 테크놀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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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타스: 기술의 인문학적 추구
휴머니타스(humanitas)란 말은 인간다움이란 뜻의 라틴어다. 휴머니티스(humanities)란 말은 휴머니타스를 기반으로 변용된 단어로 인문학을 지칭한다. 즉 인문학은 인간다움에 대한 학문이라 할 수 있다. 중세 초기 성직자들은 휴머니타스(humanitas)를 그리스도교의 기본 교육과정으로 채택해 교양과목이라 부르기도 했고, 15세기 이탈리아의 인문주의자들은 세속적인 문예, 학술 활동을 가리켜 ‘스투디아 휴머니타스(studia humanitatis)’라고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개편된 대학 학제에서는 일반 교양과목을 인문과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으로 나누고 있다. 그러나 인문과학을 널리 인간 및 인간적 사상 일반에 관한 과학적 연구라는 의미로 해석한다면 자연과학, 사회과학, 인문과학의 전부를 포함하는 것이 된다.
한때 ‘인문학의 위기’에 놓였던 이 학문들이 최근 스마트혁명과 함께 새롭게 눈길을 끌고 있다.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아이팟(iPod)은 인문학(liberal arts)과 공학의 교차점에서 탄생했고, 애플은 기술회사가 아닌 인문학적 회사다”라고 말한 이후 인문학의 역할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기술과 인문학을 결합해야 한다고 주장한 잡스의 말은 그간 공학이나 경영학을 중심으로 추구해온 기술 중심, 비용절감 중심의 기술 개발에 큰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인간을 기업 이윤추구의 대상이나 기술의 단순수용자로 보는 것이 아닌, 기술을 주도하고 기술의 상위에 존재하는 인간 중심의 철학적 인식이 인문학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관점은 돈 되는 기술에만 열광하는 일부 사회 분위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렇다면 잡스가 말한 인문학의 핵심은 무엇인가? 잡스가 말하는 인문학은 정확히 말하면 반드시 기존의 좁은 의미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인문학은 영어로 휴머니티스(humanities)지만, 잡스는 리버럴 아츠(liberal arts)를 말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가 리버럴 아츠를 이야기한 것은 디자인이나 기술적 UI(User Interface)에 치우치는 세태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말한 인문학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문사철(文學·歷史·哲學)과 직접 대응하지 않는다. 잡스가 의미한 인문학은 문사철의 인문학적 소재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 환경 속에서 인간이 모든 기술과 관계를 맺으며 인간‒기계의 관계가 얼마나 더 인간적이고 얼마나 더 개인적일 수 있느냐의 창의성에 관한 것이다.
그것은 고도로 복잡해지고 스마트화되어 가는 제품들이 인간을 사용자로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상호작용을 하는 인간의 존재를 부각시킨 것과 관련이 있다. 잡스는 인간이 어떻게 하나의 정보를 받아들여 인지하고 처리하는지 그 과정에 대해 흥미가 있었고, 애플은 이러한 인지적 특성에 부합하는 사용하기 쉬운 제품을 디자인하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사람들이 애플에 열광하는 것은 바로 기술이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 즉 기술의 인문학적 추구를 높이 산 것이 아닐까 한다.
인간을 이해하려는 인문학적 방향은 결국 친숙한 경험이 될 것이고, 그것은 비트의 흐름이 아니라 사용자의 오감을 포함한 다중감각이 동시적으로 작동하는 물리적 세상의 경험, 그리고 그 경험의 극대화일 것이다. 즉 애플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에 인간의 직관성이 배어 있다는 것은 다른 제품과 차별성이다. 애플은 인간이 느끼는 가장 편하고 자연스러운 경험을 기술에 담아내고 인간의 경험을 최적화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 것이다. 경험의 극대화란 유용함이나 이성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풍부함이나 감성적인 것에 호소하는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기능 이상의 인간 본질적인 어떤 가치를 제공한다.
그런 본질적인 인간의 가치추구를 위해 인간과 제품뿐만 아니라 상호작용 행위가 일어나는 총체적 상황(context)을 고려하는 ‘문맥적 디자인(contextual design)’을 중시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기술제품을 사용할 혹은 사용하는 사용자에 대한 데이터 수집을 위한 문화인류학적 방법이다.
기획자나 디자이너들이 흔히 범하기 쉬운 오류가 사용자가 어떻게 사용할 것이라고 하는, 그들만의 상상이나 유추를 통한 사용자 모델링이다. 직접 사용자가 있는 현장에 찾아가 제품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사용자 경험을 발견하는 방법이 곧 문맥적 디자인이다. 종래의 실험실이나 연구실에서 검증된 개체적인 ‘원리’보다 현재의 실제 총체적인 상황을 더욱 중요시하는 연구의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게 되었다. 그런 연구에 중시되는 것이 융합과 통섭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가장 인간적인 컴퓨터’의 앞날 (휴머니타스 테크놀로지, 2013. 2. 25., 신동희)
- [2019/11/15] 휴머니타스 테크놀로지 - 사용자 경험 UX 191115.Fri. (1904)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