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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_Xe2015



ThePawnShop2017.1st collateral

Publication by JIN 조회 수:284 2017.01.07 02:09

2017.01.06.fri.23:30.
ThePawnShop2017.1st collate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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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골목이었다. 

 모충공원 지나 해원海原 국도에 오르는 사잇길에 들어서던 참이었다. 눈 앞의 광경이 잠시 나를 잊어주는 사이, 뭔가 있다는 찰나의 직관直觀을 그와 맞먹는 억겁의 찰나에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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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 위치 정보가 허락도 없이 계정에 장소를 공유하는 동안, 왕후박나무가 바다에 들려주고 있는 이야기가 아련히 그 억겁의 찰나를 두드린다. 바닷가 텃밭 월동준비 중인 대백리 주민들과 간간히 눈이 마주치는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외면하듯 미뤄둔 왕후박나무와 바다의 그 이야기에 셔터를 깜박여본다. 십여년 전 출사에 이어 서너번째 외면하는 예의 그 이야기를 이번에도 꼭 남겨두렷다?
 아름다운 낯선 풍경이 다소 아련히, 아무렇지 않은 친근함으로 파고들 때는 새학기에 꾀 괜찮아 보이는 친구가 다가올 때처럼 편히 맞이해서는 안 될 것 같은 비장함이 든다. 그것은 간단히 외면이라는 처세를 선택하지만, 결국 장면에 몰입하는 자연스러운 결과로 위태로워진다.
 물론, 단편 스토리가 꼭 있을 것만 같아, 국문 전공 2학년 지루한 어느 봄날 오후 공강에 방문하였던 것이기는 하나, 진해 벗꽃길 언덕 어딘가의 골목길 안쪽 "민박여관" 풍경에 대한 이야기는 여관 이름도 잊은 지금까지도 인상적이다. 
 언덕 위 작고 구불구불한 골목길 안쪽 그 파란 스레트 집이 민박여관이라는 정감있는 작은 간판과 표지판을 늘어 놓고 들어 앉아 있는 자태는 그 자체로 이야기 꺼리였다. 주변을 조용히 몇 번 배회하면서 저승 명부전의 명부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를 외면하다가 나는 문득 지난 달 즈음 읽었던 김연수의 소설 속 배경이 그 민박여관이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여행왔다가 스토리 구상을 하게 되었다는 그런 내용이었음에도 두서너 시간 동안 떠올리지 못하고 이야기 주위를 매우 주의하여 조용히 먐돌았다는 것은 조금은 슬픈 일이었다. 그리고 조금 더 슬픈 일은 뒤이어 깨달은 기억 때문이었다. 어릴 적 서울 변두리에서 자랄 적에 우리집 앞의 작은 그 나즈막한 언덕길이 어느새 진해 그 민박여관집 언덕길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그런 스토리 난전亂廛에서 기성작가의 스토리 구상 여행담을 잊은 채 나의 출사인 듯 덤비던 꼬락서니하며, 유년 시절 신상 털기까지 진해의 벗꽃은 잔인하리만치 찬란했다. 슬픈 후일담은 벼락맞은 대추나무 카페에서 절정을 이루어 그 어느 스토리도 남기지 않게 되었다. 해질 녘에 진해 어느 구석진 도로에서 스물 대여섯 개의 이젤 중 한 개의 이젤 앞에서 초상화 하나를 받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시외버스에서 김연수의 벼락맞은 대추나무에 관련한 소설을 읽을 때의 신선한 감흥을 생각하며, 그래도 아직 남아있는, 그 벗꽃 나무가 있는 스레트 지붕 가정집 민박여관의 이야기를 아주 외면하기로 했다.
 바다가 다시 그럴 수도 있다. 왕후박나무가 다시 그럴 수도 있다. 털어 볼 만한 그 어느 신상 하나 없이 저 혼자 아직도 잘만 살며 또 그렇게 능숙히 외면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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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달 전 작가 초대 TV 프로그램에서 김연수가 소개한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이라는 제목의 첫 감흥은 너무나 신선한 예의 그것이었으나, 주인공 카밀라의 이야기는 다소 충격 그 자체였다. 마치 '너 같은 존재가 감히 글을?' 이라는 메세지를 입은 듯 했던 그 무수한 강적들처럼. 종로 또는 강남 어디 사석에서 현직 작가들에게 매우 심한 터부를 당하고 혼자 먼저 일어서 나오는 감으로 TV 채널을 일찍 바꿨다.
 무엇 대단한 이야기라도 되는 듯 슬쩍 나의 문을 건드린 이야기는, 풍경은, 그 처참함을 가리려 허세부리거나 더 끔찍한 무언가를 벗어대곤 한다. 다소 조금 약이 올라있던 나의 스물 언저리-Saladdays에 나는 <전당포에 들러 보세요>라는 장편 습작을 시도하여 그것들과 무엇인가 바꾸었다. 거래가 성사된다면, 아마도 "잘" 될 것만 같던 스물 대여섯살의 이야기다. 그러나 외면 중이었던 양 극의 이야기가 남겨둔 찌꺼기 모티프들을 몽땅 바꿔 넣어야 할 맹점이 남아 있다. 바다가, 왕후박나무가 정서적 배설을 시도하던 중 외면되어져, 이십여 년 만에 나에게 다시 닿아 그 외면이 끄끝내 문제가 되어, 그 위험한 예전의 거래를 집적댄다면, 그 배설구를 차라리 꼬매줄 것인가? 나약한 작자는 '그것 얼른 고쳐서'라며 매우 어지러운 생각을 한다.
 여기, 매우 딱한 어느 젊은 날, 아니면 세상 모르고 밝던 어느 어린 날 읽던 젊은 수사의 이야기가 남아있는 머릿속-어느 후정의 뜨락에 앉아 '고작 이런 나라니'를 연발하고 있는 화자-한시적으로 작자 나-가 있으니 거래를 마무리할 것인지 잠시 생각해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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